제13화 진실과 마주하다
권변호사는 이황교수의 연락을 확인한 그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알림이 떴고, 위치는 단양 강선대. 그녀가 그토록 경계하던 그곳이었다.
"역시... 다시 그 여자를 만나는 거였어."
그녀는 서둘러 캐리어에 옷을 집어넣었다. 이황이 "단양으로 학술 출장"이라며 떠난 지 이제 3일째. 남편의 휴대폰을 몰래 확인한 후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20년 결혼 생활,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함께 해온 세월을 그 '매화 여자'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
남편의 짐을 정리하다 발견한 매화 사진에 충격을 받은 권변호사
권변호사: "네 교수님, 갑자기 법률 자문이 필요해서 단양으로 가게 됐어요. 아이들은 친정에 맡겼으니 걱정 마세요."
대학 동기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이황에게 알려질 수는 없었다. 그녀는 통화를 끊고 짐을 마저 챙겼다.
벽에 걸린 '퇴(退)'라는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의 호 '퇴계'에서 따온 글자였다. 한때는 그 글자가 남편의 겸손함과 학문적 깊이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물러난다'는 의미로만 보였다. 가정에서 물러나 다른 여자에게로.
이황, 당신이 그토록 가르치던 도덕과 윤리는 어디 갔나요? 매화 한 그루에 당신의 원칙을 모두 팔아버린 거예요?
단양에 도착한 권변호사는 곧장 남편이 묵는다는 펜션으로 향했다. 소셜미디어 위치 태그를 추적한 결과였다. 그녀의 직업이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추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펜션에 도착했을 때 이황은 없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교수님은 오늘 아침 일찍 매화를 든 여성과 함께 나가셨다"고 했다. 그녀의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권변호사는 방에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남편의 짐을 뒤지는 것은 20년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녀는 남편의 서류가방을 열었다.
거기서 발견한 것은 매화가 그려진 편지와 두향이라는 서명이 있는 시 한 편이었다.
이제 확실해졌어. 당신은 정말 바람을 피우고 있구나...
두향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발견한 권변호사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단체 채팅방에서 메시지가 왔다. 법대 동기들 모임이었다. 누군가 단양 강선대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고, 그 사진 속에는 이황과 젊은 여성이 함께 있었다.
동기: "야, 이거 권변호 남편 아니야? 단양에서 누구랑 데이트하는 거 같은데?"
권변호사의 손이 떨렸다. 사진 속 여자는 분명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마치 대학생처럼 젊고 예뻤다. 그녀와 이황은 매화나무 앞에서 웃고 있었다.
권변호사는 빠르게 답장을 썼다.
권변호사: "내가 지금 단양에 있어. 그거 어디서 찍은 거야?"
동기: "헉, 진짜? 강선대 쪽인데, 지금 가면 아마 거기 있을 거야."
권변호사는 핸드폰을 들고 펜션을 뛰쳐나왔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인정하기 싫은 배신감, 그리고 남편이 마주쳐야 할 진실이 그녀를 앞으로 밀어냈다.
그녀는 강선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이황 씨, 당신의 매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거예요. 퇴계 이황이 생각한 매화는 절개와 고결함의 상징이었죠. 그런데 당신은... 그 의미를 완전히 망쳐버렸어요.